XP - 2판 나오다.



  최근 SI 쪽의 일을 하면서 좋은 점도 많았지만 가장 싫었던 것은 비인간적인 개발 환경이었다. 그것은 좁은 책상, 친밀하지 못한 인간 관계, 잦은 야근 등등 많은 것을 포함한다. 이런 이야기를 6~7년 전에도 친구에게 들었지만 요즘에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일까. 비록 이제 야근하는 곳은 많이 줄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아직도 열악한 곳이 많기는 한가보다. SI 영역은 이제 건축 공학에 비유하자면 가장 큰 건물을 짓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체계는 빡빡하고 인력은 많고, 그런 곳은 당연하다는 듯, 전체적으로 끈끈한 느낌은 전혀 없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일정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원활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서 좋다는 컨설팅도 받고 유행하는 복잡한 방법론을 도입하고 시스템도 최고 사양으로 가져다 놓는다.

하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가장 핵심이라고 하는 인간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일반 회사에서 에어컨도 잘 안 나오고 책상은 겨우 PC 한대 놓을 만하고 의자도 불편하다면 당신이 참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이없게도 SI 업체는 그런 곳 천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낮은 수준의 인력에서부터 매우 높은 수준의 인력이 골고루 조화롭게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참 이상한 곳이다. 정말 궁금한 얘기지만 유행하고 있는 그 복잡한 방법론과 구현 환경 등등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까. 물론 복잡하고 비싼 것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쨌든 안심은 되기 때문이다.

XP 프로그래밍의 저자는 이에 대해서 좀 색다른 해결책을 제안한다. 저자는 이론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프로그래밍과 프로그래머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프로그래머들과 보다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작은 실천 방법들에 대해서 좀 더 무게를 두고 설명하고 있다. 개발자들에게는 XP의 개방성과 극단적으로 빠른 피드백이 마음에 와 닿을 터이고 사용자 측면에서는 프로젝트를 좀 더 투명하게 예측 가능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일 것이다. 하지만, 책의 여러 부분에서 XP에 대한 약점들을 스스로 말하고 있다. 이질적이며 적용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특이 의뢰자와 개발자 간, 그리고 개발자 상호간의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XP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누가 별로 맘에도 없고 실력도 현격히 차이 나는 파트너와 머리를 맞대고 즐겁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까. 여러분이 의뢰인이라면 이 이상한 짓(?)을 끝까지 참고 보아 넘길 수 있을까? 하지만 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XP가 가능하다고 믿었고 실제로 실천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상당 부분 성공했다. 책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XP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좀 더 좋은 삶을 제공하려고 만든 것이다. 국내 SI 개발자들은 누구나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리길 바랄 것이다. 이런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없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